난 어렸을때부터 명절이 싫었다. 우리 집이 큰집으로 친척들이 모여드는 .. 그 좁은 공간에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것도 싫었고, 별 관심도 없으면서 잔소리들... 자기 자식 잘난척.... 기타 등등.... 그런 모습들이 너무 싫었다. 할머니야 손주들 오랜만에 보는 재미를 좋아하셨겠지만...... 그나마 용돈이라도 받는 재미가 있었던 것은 참 다행이었다...
과거 모든 나라들은 농업국가이었다. 농업국가라 함은 많은 노동력을 통해 공동체의 목표를 달성해야 하는 당위성이 존재하므로 공동체의 단합이 매우 중요했고, 그 중에서도 혈족간의 끈끈한 유대감은 생존 그 자체 였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과거 유교의 영향으로 '효'의 추구가 인간의 가장 기본도리라는 점과 관혼상제가 집안 전체의 행사라는 점들이 결합하면서 장손의 집에 모두 모여 행사를 치르는 문화가 생겼났다. 이 행사는 농업사회에서 매우 종요한 의미를 가지며 혈연으로 맺어진 공동체의 도움없이 혼자서 삶을 영위하기는 그당시 거의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러나 현대는 죽을 때까지 혼자살아도 생활에 대한 불편함이 없으며, 오히려 혈연관계의 관혼상제가 큰 부담으로 작용하는 상황이다. 1년에 한 번 볼까말까한 친척들은 더 이상 나의 생활에 필요한 존재가 아니며, 어쩌다 한 번 모이면 도움보다는 자신들의 자랑질이나 험담/과거 아픈 경험들을 끄집어 내는 등의 모습은 우리가 마주하고 싶지 않은 모양새이다. 모든 사람이 잘나고 잘살수 없다. 부자가 있으면 가난한 사람이 있고, 똑똑한 사람이 있으면 그렇지 못한 사람이 있는 것처럼 가족과 친척도 마찬가지이다. 더 이상 서로가 돕고 도와줄 일이 거의 없는 현대에서 가족과 친척은 만나서 즐거운 사람보다는 피하고 싶은 사람들이라는 관점이 점점 증가하고 있다.
아래 표는 2013년도에 조사한 명절 스트레스 남편/아내의 원인을 조사한 내역이다.
물론 조사할 때 여러가지 리스트를 놓고 고르는 방법으로 했을 것 같은데,, 그냥 저건 핑계이다. 한 번 옛 일을 더듬어 보자.... 첫사랑의 설레임..... 그녀나 그를 만나기 위해 그 먼거리도/교통이 막혀도// 부모님의 잔소리도 ,,, 그 설렘임이 좋아서 어떤 장애물도 스트레스로 느껴지지 않았을 것이다. 정말 고향이나 부모님을 뵈러 갔을때 좋은 기억/좋은 사람/ 맛난 음식/ 가족간의 따뜻한 정을 느낄 수 있다면 저런 요인들은 스트레스로 작용하지 않는다.
몇 해전에 JTBC에서 조사한 내용이 어렴풋이 기억이 나는데.. 명절에 고향 가고싶지 않은데 억지로 도리상 간다는 응답자가 약 40%나 되었다.
필자는 과거 회사에서 당직제도가 있을 때, 일부러 명절에 당직을 신청해서 일부러 집을 가지 않았던 적도 있다.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왜 그렇게 싫었는지 잘 기억은 안나지만,, 내 개인적인 성향 + 작은 아버지네 가족이 싫어서였던 것 같다.
물론, 본가에 가는 것이 즐거운 사람들도 많이 있을 것이다. 그 분들에게 명절은 축복임에 틀림 없겠으나,,, 내 주위를 둘러보면 그런 사람들이 그리 많아 보이지 않는다. 요즘은 1~2주전에 간단히 인사드리고 명절 연휴때 여행을 가는 사람들이 점점 늘고 있는 추세인 것은 굳이 설명하지 않으리....
오늘 2022년 1월27일,, 며칠후면 설 연휴가 시작된다.. 코로나 팬데믹 핑계로 부모님을 안 찾아뵙는 문화가 생겨난 것도 참 재미있는 현상이다. 좋은 핑계거리임에 틀림이 없다. 부모님이 싫어서가 아니라... 명절에 모여드는 친척들을 마주하는 것이 아무래도 나는 불편한 것 같다.
그냥 조용한 커피숍에서 읽고 싶었던 책이나 보고, 보고 싶었던 드라마 역주행,, 플레이스테이션이나 했으면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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